고등학교 입학전형으로 자기주도학습전형은 2010년에 처음으로 도입되어 이제 4번 시행되었다. 정책과 제도는 유기체와 같아서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시행되는지에 따라 더 발전할 수도 있고, 역사 속에 사라질 수도 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네 차례의 시행과정에서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같아서 제도의 도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더욱 응원을 하게 된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성실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했다면 스마트시대에는 창의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다.
최첨단 스마트 기술이 활용되는 사회에서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인간다움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인지적 역량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인성과 사회성과 같은 비인지적 역량에 대한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신입사원의
선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의 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강의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교육활동은 비교과 활동에 대한 지도로 확대되고 있다. 대학생이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활동하던 비교과활동에 대해서 대학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고, 비교과활동의 결과를 포트폴리오로 관리해주는 대학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이 도입하고 있는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는 이러한 대학들의 노력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신입생에게 기숙사
생활을 통해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하도록 함으로써 비인지적 역량을 높이겠다는 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초․중등교육을 바꾸고자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교육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스마트 교과서도 개발하고 있고,
교과교실제도 확대하여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정책적 노력은 학생들의 학습 상황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입학전형제도와 평가체제를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제와
고등학교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운영을 통해 초․중등교육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고등학교 입학전형 과정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영어인증시험과 경시대회 수상 실적 등이 반영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전형의 가장 중요한 도입 배경이었다.
그리고 시행 첫 해부터 이러한 정책적 목적은 성공적으로 달성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정한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사교육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입학제도가 적격자를 ‘선발’하는 기능 이외에 하급학교의 교육방향을 ‘설정’하는 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이미 중학생들의 학습 방식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조금 더 많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스스로 학습의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해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여 개선해 가는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기대한다. 독서와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소질과 적성, 자신의 계획과 학습진도에 따라 학습해가는 모습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보고 싶은 중학생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사회에서는 100점짜리 도덕 교과 성적표를 갖고 있는 ‘능력자’ 보다는 소외된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가공의 능력’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소중히 여기는 ‘천연의 자연적 역량’을 원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생태계를 바꾸어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잠재력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은 교육과 관련된
어른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 세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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