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해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나도 중학생 때는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고, 학원이 끝나면 쉬지도 못한 채 숙제를 했다.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학원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공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난 끌려 다니는 공부가 아닌 이끌어가는 공부를 했다.
스스로 공부하면서 늘 머릿속에 새겨두는 말이 있다. ‘내가 갈 길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공부라는 것을 이끌어 나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쉽게 나태해지고 안이해졌다.
27명 중 26등. 학교에 들어와서 본 첫 진단평가의 내 등수였다. 이러한 내 모습을 고치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낸 방법은 계획표를 세우는 것이었다.
7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의 자습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는 국어,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는 영어,
9시 30분부터 11시까지는 수학공부를 했다. 그리고 11시부터는 독서를 했다.
물론, 처음부터 나의 계획이 시계태엽 돌아가듯 착착 돌아가지는 않았다.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나가면서 나만의 계획표를 세웠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실력은 계획으로만 채워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무렵,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우리에게는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방학을 보내느냐 집에서 방학을 보내느냐의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힘들었던 고등학교에서의 첫 1학기가 끝나고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휴식은 성공한 후에 즐겨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학교에 남았다. 오전 중에는 내가 부족한 과목의 보충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남들보다 수학과 영어실력이 뒤쳐졌기에 2시간은 수학 수업을, 2시간은 영어 수업을 들었다. 특히나 수학이란 과목은 꼼꼼하게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에 오답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께 질문했다. 영어 수업을 들은 후에는 어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단어공책을 만들어 복습하고 단어장을 구입해 하루에 일정량을 공부했다.
이런 식으로 오전 수업을 들은 후에는 자기 전까지 주어진
자습 시간을 활용했다. 한두 시간 동안은 그날 배운 과목의 복습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국어·영어·수학위주로 공부를 했다. 국어와 영어는 모의고사
문제집으로 공부를 하고 수학은 개념서로 기본을 탄탄히 다진 후 많은 문제가 수록되어있는 문제집을 풀었다. 휴식 시간에는 한국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내신과 수능에 자주 출제되는 작품들을 접했다. 한 과목 한 과목씩 나만의 방식으로 공부하니 힘들지도 않았고 서서히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2학기가 시작되고 여름방학동안의 노력은 결과로 보답했다.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도 내가 스스로 했던 활동이 있는데, 바로 수학연구회였다. 수학이라는 과목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이 모여 서로 수학문제를 풀고,
가르치고, 나아가서는 직접 문제집을 만들어 나누는 공부를 실천하는 연구회였다.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부담도 되지 않고 함께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 모두가 선생님이고 학생이었다. 굳이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해서 꼭 혼자만 공부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내가 스스로 찾아낸 공부방법과 함께라면 자기주도학습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 무언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공부에 있어서도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얻어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꼭 이 말을 기억하길 바란다. 내가 갈 길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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