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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은 완벽의 충분조건이다. 대건고등학교 이 은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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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소년에게 희망은 없었다.
어려서부터 내가 제일 많이 들어온 말은 “불쌍하다.” “안됐다.” 였다. 무엇이 그토록 동정을 불러일으키고 나를 불쌍하게 만들었을까. 태어난 지 17개월이 되던 해, 나는 반신화상을 입었다. 부모님께서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이것저 것 집안의 물건들을 건드리다가 우연히 급탕기를 튼 것이 화근이었다. 부모님이 화상을 입은 나를 발견하고 급히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의사선생님은 내가 살 확률이 30%라는 말씀을 하셨 다고 한다. 성공적인 치료와 부모님의 정성으로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그 대가로 화상의 상흔과 아토피가 남았다. 이 두 가지는 내 인생의 동반자였다. 그러다보니 남들이 보기에 나는 몸에 보기 좋지 않은 흉터가 있고, 항상 긁적이며 피를 흘리는 불쌍한 아이였던 것이다. 공부를 할 때도, 친구들이 옆에 있을 때도, 심지어는 잠을 자다가도 항상 몸을 긁었다. 그럴 때마다 피가 나서 따가웠고 따가우면 아파서 울고, 울다가 지치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곤 했다. 선천적 으로 겁이 많아 극단적인 시도를 하지는 못했지만 온갖 노력에도 나아지지 않는 아토피 때문에 나는 지쳐 갔고, 치료비로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아무것도 모르는, 너무 어린 아기 때 벌어진 한순간의 일 때문에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을 받아 야 하는 걸까?’ 나는 늘 억울한 피해자라는 피해 의식에 빠져 있었다.
꿈은 어떠한 불행도 이길 수 있다.
그런 나에게도 꿈이 찾아왔다. 중학교 2학년 때 뉴스를 통해 “줄기세포로 불치병인 에이즈를 완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절대 나을 수 없다는 불치병도 완치된다는 데 낫기 힘들뿐 나을 가능성이 있는 난치병인 아토피 정도는 치료성공률도 높지 않을까?’ 나의 불행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줄기세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가 뉴스에 나오는 줄기세포 치료의 원리를 얼마나 많이 이해할 수 있겠냐마는 그저 줄기세포 로 불치병을 치료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행을 이길 용기를 얻기에는 충분했다. 그 후로 줄기세포를 포함한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아졌고 먼 훗날 나처럼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줄기세포 치료법을 개발해내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가슴에 담았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내 인생의 피해자가 아닌 주체가 되었고 생명과학분야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가졌다.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벅찬 꿈을 갖고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인 대건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사실 조금 부끄 럽지만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쉬고 싶을 때 쉬고, 놀고 싶을 때 놀아도 내 성적은 최상위권이었 다. 아토피 때문에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집에서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쉬어도 성적이 잘 나오니까 ‘아, 나는 머리가 좋구나!’ 하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졌다. 그러나 자사고에 입학하면서 그런 착각은 와장창 깨졌다. 중학 생 때 이미 고등학교 수업을 선행학습 해온 친구들 사이에서 선행학습은커녕 평소에 공부도 하지 않아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난생 처음 아주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갑작스런 성적 하락과 중학교 생활과는 너무 다른 고등학교 생활에 의욕을 잃어버리면서 희망 없이 지치기만 했던 과거로 돌아가는 듯 했다.
방황 속에서 발견한 빛바랜 다짐 그리고 회개와 용기
방황 속에서 나를 다시 이끌어 준 것은 바로 중학교 시절 갖게 된 ‘꿈’에 대해 생각하면서 부터
였다. 교내교육봉사동아리 ‘아가페’에 가입하여 격주로 토요일마다 지역아동센터에 교육봉사
를 갔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교육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있었지만 학원, 과외 등 부모
님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 아이들에 비해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하기가 힘든 아이들에게 조
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곳에서 오히려 나는 더 소중한 것을 받고 돌아왔다.
내가 갔던 지역아동센터에는 나처럼 아토피가 심한 초등학교 4학년 주형이가 있었다. 어릴 때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온몸에 피딱지가 있었고 공부를 하는 중에도 계속 긁었다. 가르치는
선생이나 배우는 학생이나 서로 긁고 있으니 공부가 제대로 되기나 했겠냐마는 동병상련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주형이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를 하다가 잠시 쉬는 데 주
형이가 다가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제요, 친구들이 저보고 아토피가 전염되니까 가까
이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토피는 전염병이 아니다. 하지만 나도 어렸을 때 그런 오해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많이 속상했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웃으며 툭
던지는 주형이를 보며 잊고 지냈던 생명과학에 대한 꿈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이렇게 방황하
면서 꿈을 포기한다면 이런 마음 아픈 웃음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
다. 그렇게 나는 주기 위해 간 그곳에서 오히려 빛바랜 다짐에 대한 회개와 방황을 이겨나갈
용기를 얻었고 그 용기를 지금까지 가슴 속에 간직하며 방황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나만의 학습법
꿈을 준비하는 데 전공도서 요약노트와 질문노트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공도서란 생명과 학에 관련한 다양한 심화지식을 다룬 도서들을 말한다. 생명과학은 발생학, 생태학, 분자생물 학, 미생물학 등 많은 분야로 나뉘기 때문에 면역과 질병, 줄기세포에 관한 책들을 골라 읽으 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생명과학 수업을 듣거나 전공도서를 읽으면서 항상 그 원리나 이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속에서 물질대사 가 일어날 때 효소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왜 효소가 관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찾아 보고 공부를 한다. 결국, 우리 몸의 단백질이 열에 약하므로 효소를 통해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 어 낮은 온도에서도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답을 얻는다. 그러면 또 효소가 어떻게 활성 화 에너지를 낮추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이렇게 궁금한 것들을 모아서 공책에 따로 정리 한다. 정리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선생님께 여쭤보거나 다시 책을 통해 답을 찾아 나간다. 그러다보면 답을 찾아가는 재미도 느끼고 구체적인 지식들도 쌓을 수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모두의 학습법
꿈을 이루기 위해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고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BB C(Best Biology Club)라는 스터디 그룹(학습 동아리)을 만들었다. 스터디 그룹장으로 활동하면서 생명과학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고, 탐구 보고서도 작성하고, 직접 개미귀신이라는 생물을 기 르면서 잃어버렸던 생명과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교내 생명과학동아리인 DMZ 에도 가입했다. 여기서는 다양한 생명과학 실험과 선배들과의 교류, 타 학교와의 연계활동(합 동실험, 신문제작)등을 하였다. BBC와 DMZ 활동은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다.

부족한 사람이 꿈을 가지면 완벽해질 수 있다.
남들보다 약한 몸, 남들보다 가난한 우리 집, 남들 다할 때 하지 않았던 공부 등 많은 점에서 항 상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절망에 빠지고, 때로는 방황도 했지만 내게 그러한 부족 함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지금의 나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남들보다 몸이 약했기 때문에 줄기 세포 치료법을 만들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고, 그 꿈이 절망과 방황을 헤쳐 나갈 용기를 주었다. 또한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이 1학년 때 두각을 나타내면서 오히려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꿈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어떻게 공부를 해야 따라잡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만의 학습법을 만들었다. 그 결과 1학년 1, 2학기 모두 교내 성적향상 우수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의 부족함을 인 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나를 낮추고 노력하다보니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져 지금 은 학급반장, 동아리부장 등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을 하게 되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 큰 꿈을 꾸고 꿈만큼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 부족함 때문에 좌절하거나 방황하지 말고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꿈을 갖자. 조금씩 부족함을 채우면 서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기쁨을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