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여름호 자기주도학습 우수사례

점수 높이기가 아닌 나의 가치를
찾아가자

인천진산과학고등학교 김 태 정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기

“손대는 물건마다 망가뜨리는 사고뭉치!” 장난감, 학용품 등을 비롯해 이웃집 형의 물건까지 망가뜨리는 일이 잦던 나는 어렸을 때 ‘사고뭉치’로 불리는 날이 더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흔한 물건을 흔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게 재미없었던 것 같다. 나만의 방식으로 색다르게 레고를 만들거나 볼펜을 샤프로 바꾸어 보는 등 설명서대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아 ‘사고뭉치’라 불렸다. 이런 특이한 습관을 가진 내가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물건을 바꾸고 만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난 건 초등학교 때다. ‘로봇 제작부’라는 방과 후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곳에선 간단한 로봇 키트로 로봇을 만들 수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로봇 제작부에서 만드는 로봇은 종이로 된 모형이나 플라스틱 장난감과는 달리, 실제로 움직였다.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조각들이 내 손을 거쳐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특히 머릿속에 구상했던 대로 로봇을 조립하고 실행시켰을 때 프로그램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커서 로봇을 마음껏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내 꿈은 점차 로봇 엔지니어로 구체화되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모른다는 불안감보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

과학고에 입학해 보니 많은 친구들이 선행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에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이 우리를 무겁게 짓눌렀다. 나도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무리에 속했기 때문에 조금은 불안했지만 ‘친구들에게 뒤처지면 어쩌나’하는 불안감보다 는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배우는 것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모른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뒤처지면 어떤가,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됐다’라는 생각으로 과학고등학교 생활을 해 나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고, 선생님께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선행학습은 빨리 시작하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멀리 나아가는 것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시간은 더딜지 몰라도 질문하고 탐색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워 더 멀리 갈 수 있다.

필기는 교과서에, 나만의 개념 노트 만들기

수업을 들을 때 필기를 하는 것은 필수다. 필기를 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친구들과 달리 나는 노트에 필기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노트에 필기를 하면 복습을 할 때 교과서와 노트를 모두 보아야 해서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그래서 주로 교과서에 직접 필기를 하였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 그 때 그 때 이해하고 느낀 점, 더 알고 싶은 내용 등을 써 넣었다. 이렇게 하니 교과서를 공부함과 동시에 수업 시간에 들었던 선생님의 말씀들이 다시 떠올라 내용을 이해하기 쉬웠다. 어떨 땐 언뜻 스쳐 지나가며 본 것까지 기억에 남기도 했다.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복습을 통해 어느 정도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막 이해를 한 시점에서는 학습한 내용이 이것저것 뒤엉켜, 잊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 노트에 이해한 개념을 처음부터 정리했다. 일정한 형식은 없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쓰기 편한 대로 정리했다. 정리가 끝나면 잘못 이해한 것은 없는지, 빼먹은 것은 없는지 다시 교과서와 비교해 보았다. 교과서로 부족할 때에는 여러 전공 서적을 참고하며 보충했다. 여러 번 반복해 정리하다 보면 노트에 쓰지 않고도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이때부터는 복기를 하는 시간이 단축되는데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한 번씩 내용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학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의심’하는 습관, 폭 넓은 시야를 갖게 하다.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의심’의 사전적 정의이다. 나는 ‘의심’이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의심은 모범 답안 및 풀이과정, 나 자신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문제를 풀 때 들어오는 정보, 즉,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풀이 방법이나 풀이집에 나와 있는 모범 답안에 대해서도 의심해보려고 노력하였다. 그 답이나 풀이과정들은 대부분 정석대로의 방법을 제시해 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풀면 어떨까?’, ‘이런 방법도 가능할까?’ 등의 생각을 자주 하다 보니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은 이런 것이다. 가령, ‘내가 과연 진짜 알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인데 덕분에 자만하지 않고 어떤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땐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고, 의견을 들어보는 방식을 택했다. 스스로 충분히 아는 것을 설명할 때는 머릿속에서 그 내용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힌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친구들에게 설명할 때는 스스로도 불만족스러웠다. 추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즉시 그 부분을 보충하였다. 친구들과의 의견 교류도 중요했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방식과 친구들이 이해하고 있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에 대해 면밀히 검토를 한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서로 잘못된 점을 깨닫고, 몰랐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학습 과정의 즐거움을 찾아 스트레스 해소하기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성적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관리하지 못하면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찾기는커녕 무력감이 생긴다. 나 역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숙사 생활로 인한 제한된 활동 범위는 스트레스에 한 몫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성적향상을 목적으로 공부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덕분에 배움의 과정이 즐거웠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었다. ‘성적은 제한된 공간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다보니 성적은 부차적으로 따라왔다. 두 번째로는 취미 생활을 갖는 것이다. 악기연습실에서 커다란 앰프 소리에 파묻혀 있으면 많은 일들을 잊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 식사 후와 같은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하나쯤 갖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Morning problem' 학교 활동의 도움

마지막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중에 ‘MORNING PROBLEM'이라는 활동이 있다. 아침마다 하루 한 문제씩 수학 문제를 풀고 발표하는 활동이었다. 각 반별로 문제를 고르는 사 람이 있었는데, 우리 반에서는 그 역할을 내가 맡았다. 이런 활동은 처음 접해보는 지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문제의 난이도를 판단하기 위해 되도록 많은 문제를 풀어 보려 했고,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평소에 생각해왔던 것이 옳 지 않았다는 것을 알거나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떠올리는 귀한 시간이었다. 친구들 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침에 모여 문제를 설명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들을 배웠다.

성적은 덤

끝으로, 과학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성적은 결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적’은 학교 안에서만 인정받을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에 대 한 진정한 가치는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를 풀기 위한 공부가 아닌,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명심하자. 성적은 덤으로 얻어지는 것일 뿐이다.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충청남도교육청